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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고양이 이야기 네번째

회색고양이가 입양을 간지 3주가 지났다. 우리를 격려해 주었던 직원도 더 이상 만날 수 없었다. 그들의 부재로 그 일요일의 봉사활동은 유독 마음이 허전했다. 우리 품에 안겨 예쁘고 반짝이는 눈을 맞추며 가르랑거렸던 회색고양이가 늘 행복하길 기도했다.

회색고양이가 입양을 간지 3주가 지났다.

우리를 격려해 주었던 직원도 더 이상 만날 수 없었다. 그들의 부재로 그 일요일의 봉사활동은 유독 마음이 허전했다. 우리 품에 안겨 예쁘고 반짝이는 눈을 맞추며 가르랑거렸던 회색고양이가 늘 행복하길 기도했다. 그리고 그녀의 오스트리아에서 수의사로의 첫 여정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다른 직원에게 연락처를 물어 축하메시지라도 보낼까 했지만 하지 않았다.

1.
일주일에 1번의 봉사활동은 우리에게 점점 보람보다 씁쓸함과 허전함, 슬픔까지 가져다주었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고양이들이 각지에서 구조되어 이곳에 입소되고, 건강을 되찾아 입양이 가능해진 고양이들은 사람들을 만나 입양되어 떠난다. 새로운 운명, 삶이 시작되는 것이다. 어느 나라든, 어느 문화든 좋음과 나쁨이 있다. 행운과 불행도 존재한다.

일주일에 단 하루, 일요일 오후 4~5시간 정도. 여러 방을 옮겨가며 일을 하기 때문에 각 방의 고양이들을 30분 이상도 돌보지 못한다. 그 짧은 시간에도 유독 눈에 밟히고 가슴을 아리게 만드는 고양이들이 있다. 다음 일요일에 그들이 떠난 빈자리를 볼 때면 아쉽기도 하지만 정말 좋은 가정에 입양되었기를, 사람들이 변함없이 사랑해 주고 끝까지 책임지기를 기도하고 염려하게 된다.

2.
보호소 고양이 구역의 수많은 고양이들의 방 중 하나, 봉사활동이 몇 달이 흘렀지만 변함없이 만날 수 있는 13마리의 고양이들이 있다. 우리는 그들을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기에 행복할 수 있을까? 일요일마다 느끼는 허전함과 가슴 뭉클함을 위로받을 수 있을까? 오매불망 봉사활동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 중의 하나가 될 수 있을까?

매주 일요일 오후, 우리가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이제야 왔냐며 반갑게 다가와 안긴다.

그 속에 파묻혀 쓰다듬고 놀아주며 미소 짓다 보면 옷은 금세 그들이 가진 다양한 색깔의 털에 뒤덮인다. 안쓰러운 마음 옆에서 뭔가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자라난다. 나와 남편, 과연 올바른 것일까? 몇 년 전 주인이 보호소에 13마리의 고양이들의 호텔링을 맡겨놓고 비용 지불을 멈추고 잠적했다. 결국 버림받은 13마리의 장모종 고양이들.

소송에 걸려있지만 여전히 주인과 연락하는 것이 어려워서 몇 년째 소유권도 책임여부도 알 수 없는 슬픈 사연을 가진, 13마리의 고양이의 방.

입양은 불가하고 일반가정에 탁묘도 불가한 상태였다. 가장 넓은 방에 머물고 있지만 몸집이 큰 13마리가 한 방에 머무는 것은 절대 여유로워 보이지 않았다. 그중 2마리의 암고양이는 중성화 수술도 하지 않은 상태로 보호소에 맡겨져 일 년에 몇 번이나 오는 발정기 때문에 소리를 지르며 괴로워했는데, 법적인 문제로 보호소 측에서 일방적으로 중성화 수술도 할 수도 없었다.

3.
봉사활동의 첫날, 직원이 정해준 방의 순번대로 옮겨가며 일을 했다.

마지막이 13마리의 고양이들이 지내는 방이었다. 우리가 가장 기대했던 순간이었다. 복도의 큰 창문을 통해 본 13마리의 장모종 고양이들의 크기에 압도되기도 했지만 오리엔테이션 날에 들었던 그들의 슬픈 사연에 마음이 너무 아팠기 때문이다. 왠지 모를 비장함에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그 방의 문을 열었다. 언제나처럼 여섯 마리의 고양이가 일제히 우리에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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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 털북숭이 고양이 그렇게 우리는 만났다

그중 한 마리의 고양이가 털을 휘날리며 뛰어와 가장 먼저 우리 품에 안겼다. 동물보호소 봉사활동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던 날, 남편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던 그 순간 복도를 향해 난 커다란 유리창 난간으로 뛰어올라 우리를 향해 유리창을 두드렸던 고양이 한 마리. 수많은 고양이들 중 가장 먼저 나와 남편에게 인사를 건네주었던 한 마리의 고양이.

반짝이는 예쁜 녹색 눈을 깜빡이던 그 갈색 털북숭이 고양이였다.

오스트리아를 사랑하는, 오스트리아에 거주 중인 한국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