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고양이 이야기 여섯번째
사무실에 들어갔다, 역시 예상이 맞았다.
직원은 그 방, 한 마리의 고양이에 대해 장기탁묘를 부탁했다. 우리가 그동안 고양이를 비롯 어떤 동물도 키울 수 없다고 서로에게 약속했던 것은 비용문제 때문이 아니었다. 사람이 아닌 동물일 뿐이라는 어리석음으로 소중한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것도 아니었다. 끝까지 책임을 지지 못하거나, 사랑할 자신이 없어서도 아니었다.
(추후 다른 제목으로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갈 예정이다.)
1.
직원들은 처음부터 우리의 모든 상황과 사정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신뢰하며, 그렇기 때문에 장기탁묘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미 사무실을 향하면서 서로에게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던가, 더 이상 거부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럼에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직원은 "강요하는 것이 아니니 억지로 수락할 필요는 없다, 어떤 결정이든 언제든지 알려달라."라고 말했다.
우리는 직원에게 "만약 장기탁묘(사실상 영구입양)를 하기로 결정한다면, 남아있는 4마리의 고양이 중 누구를 맡아야 하는지" 묻지 않았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스쳐간 많은 고양이들 중에 유독 눈에 밟혔던 아이들이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것은 '어떤 고양이'를 본 순간 생겼던 끌림이기도 했고, 먼저 다가와주는 '어떤 고양이'라서 이기도 했고, 사람을 피해 머리를 구석에 대고 웅크려있거나 숨을 수 있는 상자나 캣타워의 구석에서 최대한 자취를 숨기는 '어떤 고양이'의 모습에 마음이 아파서 이기도 했다.
나와 남편은 언젠가 고양이를 입양하게 된다면 '운명'에 맡기자고 약속했다.
우리 입장, 일방적으로 마음이 가서, 혹은 예쁘다는 이유 등으로 '선택'하지 말자고 했다. 고양이가 우리를 '선택'할 수 있게 하자고 했다. '그 선택'은 우리만의 판단 혹은 오해가 아닌, 주변 사람들과 상황까지 포함돼야 하는 것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그때'가 오면 기꺼이 받아들여 하나의 오점도 만들지 말자고 굳게 다짐했었다.
오스트리아 동물보호소에서 만났던 예쁜 아기 고양이들 |
2.
사무실에서 대화를 마치고 직원이 안내해 준 지침에 따라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동물 보호소 고양이 구역의 모든 고양이들, 놀아주기 및 청소등으로 일정에 따라 여러 개의 방, 그들의 방에 몇 번씩이나 들락거리는 우리를 지겨워하지도 않고 반갑게 맞아준다. 그날은 뭔가 더 비장한 마음으로 모든 방의 고양이들을 하나하나 안아주고 쓰다듬으면서 좋은 사람, 가정에 입양되어 사랑받고 행복하기를 기도했다. 이제 각각의 방에 식사를 놓아주면 일요일 오후의 봉사활동 일정이 끝난다.
마지막으로 4마리가 머무는 그 방에 들어갔다. 식사를 놓아주는데 4마리 모두가 우리에게 다가와 몸을 비비며 인사를 한다.
'오늘만 해도 몇 번이나 다시 보는 우리가 그렇게도 좋을까?' 매주 일요일 오후, 단 몇 시간. 그 짧은 시간 모든 고양이들에게 환대받고 사랑받음에 감사하고 눈물도, 웃음도 절로 나온다. 마지막으로 들른 4마리의 방, 그날따라 그냥 떠날 수가 없었다. 더 머물기로 했다. 바닥에 털썩 앉았다.
두 마리는 내 무릎에, 나머지 두 마리는 남편의 무릎에 파고들었다.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양이들을 쓰다듬고, 또 쓰다듬어 주었다.
30분 정도 지났을까, 한참이 지나도 귀가하지 않는 우리가 이상했는지 직원이 4마리의 방에 들어왔다. 우리 세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미소 지었다. 몇 분 후 직원과 4마리의 고양이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
이틀 후, 우리는 고양이 구역의 직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결정했습니다. 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