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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고양이 이야기 에필로그

평온한 얼굴로 내 옆에서 새근새근 자고 있는 고양이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에 심장이 두근거린다. 함께한 3년 동안의 감회가 새롭다. 언제나 느끼지만 시간은 참 빨리 흐른다.

2023년 8월도 단 하루 남았다. 이틀 후인 9월은 예쁜 털북숭이 고양이가 우리 가족이 된 지 3년이 되는 달이다.

언제나 우리 곁에서 웃음을 주고 사랑을 주는 작은 고양이. 이제 가을이 오려는지 무더워가 한풀 꺾여 집안으로 들어오는 선선한 공기에 평온한 얼굴로 내 옆에서 새근새근 자고 있는 고양이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에 심장이 두근거린다.

남편과 나 그리고 우리의 고양이와 함께 한 3년, 감회가 새롭다. 언제나 그렇듯 시간은 참 빨리 흐른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울어야 할 일도, 웃었던 일도 많았다. 앞으로 그동안 가슴 속에 꾹꾹 눌러 담았던 이야기, 그리고 현재를 블로그에 꼼꼼하게 기록하려고 한다.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해, 그동안 이어왔던 '우리의 고양이 이야기' 시리즈의 막을 내리는 에필로그를 작성한다.


2020년 늦가을의 어느 날, 나와 남편은 오스트리아의 동물보호소에서 고양이 한 마리를 입양하게 되었다. 어떤 일을 계기로 2020년 여름의 초입부터 동물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는데, 오리엔테이션을 하던 첫날 우리에게 가장 먼저 눈인사를 해주었던 고양이와 인연이 이어져 입양까지 하게 되었다.

사실 우리는 어떤 고양이도 입양을 하겠다는 마음이 없었다. 결국 입양을 하게 되었을 때도 특정한 고양이를 선택하지 않았다. 우리의 봉사활동을 눈여겨보던 보호소 직원의 추천으로, 그리고 우리에게 처음 인사를 건네었던 한 마리의 고양이가 우리를 선택한 것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하단 링크의 글을 참고)

2023년, 곧 5년 차에 접어드는 예쁜 털복숭이 고양이와 함께하는 하루하루. 너무나도 소중하고 행복하고 왠지 모를 눈물의 연속이다(감사하고 사랑해서 오히려 눈시울이 자주 붉어진다).

나는 단 한 번도 반려동물과 삶을 함께 한 적이 없다. 남편은 아주 어릴 적 그의 부모님이 키우시던 고양이 한 마리와의 인연, 그리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친구들이 휴가를 가서 장기간 집을 비워야 할 때, 친구들의 반려동물을 본인의 집으로 데려와 일정기간 동안 정성껏 돌보아 주던 것이 전부였다.

우리 두 사람의 공통점은 동물, '그 소중한 생명'들을 사랑했고 그래서 감히 반려동물로서 키울 엄두도 내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사랑, 정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거운 것이던가, 끝까지 책임질 수 없다면 생각도, 시도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옳은 결정이다.

2020년 봉사활동을 하던 동물보호소에서 만나 입양하던 첫날부터, 우리는 우리에게 와 준 작고 소중한 생명을 우리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앞서 언급했던, 비슷한 이유로 자녀계획도 없는 나와 남편에게 우리 옆에서 같이 숨 쉬고 체온을 나누는 우리의 예쁜 털복숭이는 마치 자식 같다.

그래서 진정으로 신께 감사한다. 신은 우리의 어리석음을 꾸짖지 않으시고, '삶을 지속하고 어떤 역경도 헤쳐나갈 수 있는 이유'를 만나게 해 주셨다.

Our-brown-long-hair-Cat
나와 남편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는 고양이


괴롭고 힘들었던 판데믹의 순간부터 지금까지, 우리가 고양이에게 주었던 사랑보다 고양이에게 받은 사랑이 더 크고 많다. 그동안 블로그에 우리의 예쁜 털북숭이를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했다. 엄두가 나지 않았다. 서로가 주고받은 사랑과 삶의 시간들, 행복에 복받쳐 눈물부터 쏟아졌기 때문이다. 나의 소중한 고양이, 나와 남편의 하나뿐인 딸.

Our-cute-brown-long-hair-Cat
사랑한다 우리 공주님

종종 이 귀염둥이 고양이가 사람 아이였다면 어땠을까를 상상하곤 한다. 우린 두말할 나위 없이 좋은 부모가 되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2023년 8월 30일 20시
우리의 고양이 이야기 에필로그를 기록하며
Jelinek_L

오스트리아를 사랑하는, 오스트리아에 거주 중인 한국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