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7일의 기록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가슴 속에 응어리진 어떤 것을 풀어내고 싶은데 도저히 마음을 열 수가 없었다.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기로 했지만 어떤, 혹은 완성된 무언가를 남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욕심이 더해져 스스로를 더 엄격하게 통제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그래서 현재의 나는 블로그를 시작하기 전보다 더 답답하고 무겁고 어두운, 발버둥을 쳐도 빠져나올 수 없는 감옥에 갇혀있다.

감정이 사라져간다. 무기력하기만 하다. 감옥에 갇힌 또 다른 내가 나에게 소리친다. "어서 털어버려, 남들 눈 신경 쓰지 말고 스스로를 믿어, 그만큼 고민하고 심사숙고했으면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이것이 유일한 방법이야! 이러다 너 스스로를 영영 잃어버릴지도 몰라!" 이 외침이 유일하게 살아있는, 내가 가진 것의 전부이다. 하루에도 수백 번 넘게, 감옥에 갇힌 나의 자아가 비명을 지른다. 살려달라고! 그리고 살아나라고!

2023년 여름, 운영하고자 하는 블로그용 도메인을 살 때 정말 무겁고 신중한 결정을 내렸다. 무거운 책임감은 물론이고 멋진 청사진까지 계획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1년도 되지 않아 모든 것이 희미해졌다. 마음이 지쳤다는 이유였다. 7살부터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 삶의 전부이자 운명임을 이미 알아버린 어떤 영특했던 아이는 삶에 치이고 다칠 일이 참 많았는데 수많은 생채기에 돋아난 새살은 나를 단단하게 만들기보다 변명과 꾸밈 그리고 지독한 안전 주의자로 만들어버렸다.

사람이 살아가고 나이를 먹으면 입이 무거워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무거워진 입은 적시적소에 잘 사용하는 방법을 알아가는 것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깨닫게 되는 자연스러운 이치다. 그런데, 나는 무엇이 아직도 염려되고 두려운 것일까? 이제 마음을 털어놓아야 하지 않을까? 나의 삶은 나의 것인데, 왜 아직도 눈치를 보고 움츠러들어 있는가?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고작 마음과 머리에 빗장을 걸어 잠가 나 자신을 고립시키는 것이었단 말인가?

단순한 일기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블로그를 개설한 것이 아니다.

누구의 뒷담화나 비교, 혹은 비아냥, 넘치는 자기애와 자만함을 드러내기 위해 모두에 공개되는 인터넷에 나만의 공간을 만든 것도 아니다. 내 삶을 솔직하게 그리고 남들에겐 읽을 만한, 공감하고 생각할 거리가 될 궤적을 그려나가고 싶었다. 그 바람이 너무 거창했던 걸까? 나는 사서 염려하고 경계하고 걱정하느라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

쉔부른 궁전 정원의 해시계

내가 거쳐온 동남아시아, 그리고 유럽에서 살면서 매 순간 놀랄 만큼 충격을 받고 심지어 부러웠던 것이 있다. 사람들 대부분이 어떤 상황이나 조건을 떠나서, 설사 그것이 객관적으로 어리석어 보이거나 심지어 도에 지나쳐 보일지라도 자기애와 신념이 확고하다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 친인척 심지어 부모조차도 상대방을 훈계하거나 바꾸려 하지 않는다.

"교훈이나 깨달음은 그것을 선택한 본인 스스로가 얻는 것이다. 당신의 의견이나 충고는 그들에게 성가신 간섭이 될 수 있다. 그냥 내버려둬라. 그들의 인생이다."

작년부터 나의 마음을 완전히 지쳐버리게 했던 일련의 일들에 대해, 내가 남편에게 답답함을 토로했을 때, 그가 나에게 했던 말이다. 그리고 오늘, 멍한 표정으로 기계처럼 집안일을 하고 있던 나에게 말했다.

"나는 당신을 나의 아내로 선택했고, 당신도 나를 남편으로 선택했다. 사랑이 우릴 함께하도록 이끌었다. 당신이 나를 사랑하고 아끼는 만큼 스스로를 사랑했으면 좋겠다. 정말 아무 걱정하지 말고 하고 싶은 것을 해라, 그렇게 하고 싶었던 글쓰기를 포기하지 말아라. 그것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상관하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