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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남편 그리고 고양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중편)

왜 우리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나는 내 자신을 원망하는 것도 모자라 신도 원망했다. 너무나도 소중한 우리의 털복숭이 고양이... 그래서 더 가슴이 미어지는 '사랑'...

"어떻게 1년 사이에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는 거지?"

잠긴 목소리로 힘겹게 말문을 연 나의 남편, 드디어 우리가 키우고 있는 고양이의 병명을 들은 나는 눈물 대신 헛웃음만 나왔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남편의 이메일 주소로 전달된 고양이의 검진 결과를 종이에 프린트한 후, 스마트폰의 구글 번역기와 인터넷 검색을 통해 독일어 약자로 나열된 용어들을 하나하나 다시 확인했다. 지난해의 검사 결과와 비교하며 꼼꼼히 살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우리 고양이가 어디가 아픈 것인지 똑똑히 알 수 있었다. 몇 번을 다시 읽어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가슴이 조여와 숨을 쉬기 힘들었다. 종이 위에 고개를 떨구고 수 분간 탄식을 내뱉었다.

"수의사가 말하길, 우리 고양이의 병은 수술하거나 평생 약을 먹는 2가지 방법밖에 없대. 그런데 어떤 것을 선택해도 완치는 불가능하대. 수술도 약도 모두 부작용 발생률이 높다고 하더라고..."

"결국 기한을 알 수 없는 시한부라는 거지?"

"응, 그런 것 같아..."

말문이 막혔다. 머릿속이 완전히 암전이라도 된 듯 멍해졌다. 나는 거실의 전등 불빛을 통해 불 꺼진 침실 안의 고양이를 바라보았다. 차마 침실 안으로 발을 들이지도 못했다. 고양이는 침대 옆 작은 캣 타워 위에 머리를 벽으로 향한 채 웅크리고 있었다. 자는 것 같지 않았다. 우리가 하는 이야기들을 모두 알아듣고 있는 것 같았다. 일부러 우리를 외면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차마 고양이의 이름을 부르지도 못했다. 가슴이 미어졌다. 나는 얼굴을 잔뜩 찡그린 채 다시 터져 나오기 직전의 울음을 참고 또 참았다.

그날 밤, 나는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었다. 눕기만 하면 바로 잠들어 버리는 나의 남편도, 그날은 잠을 도저히 청할 수가 없는지, 조용하게 뭔가 억누르는 듯한 한숨을 규칙적으로 내쉬고 있었다. 그리고, 그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남편과 나의 베개 사이에 자리를 잡고, 풍성하고 기다란 털로 우리의 얼굴을 간지럽히며 한참 동안 골골송을 부르다 잠이 들던 고양이도 우리 곁에 없었다. 우리 공주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해서 더 잠이 오지 않았다. 거기에 더해, '나의 뒤척이는 소음'이 다음 날 아침 출근해야 하는 남편을 방해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불을 들고 조용히 거실로 나왔다.

'우리의 소중하고 예쁜 털복숭이 공주님(고양이)'은 거실의 커다란 창가 앞에 놓인 탁자 위의 담요에 누워 창밖을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왠지 쓸쓸하게 느껴졌다. 잠시 후, 고양이는 인기척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소파 위에 이불을 놓고 고양이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고양이는 몸을 일으켜 세우고 스트레칭하며 나를 반겨주었다. 나는 의자에 앉아 탁자 위 고양이와 눈높이를 맞추고 조심스럽게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고양이는 털로 복슬복슬한 자기 얼굴을 내 한쪽 뺨에 비볐다. 답답하고 슬픔이 가득한 나인데, 고양이의 털이 스치는 순간의 '간지러워서 웃음이 나오는 신체의 감각 반응'은 여전했다.

My-Precious-Brown-Longhair-Cat

그래서였을까? 슬픔과 스스로를 향한 원망으로 딱딱하게 굳어있던 나의 얼굴과 마음이 조금씩 풀리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눈물이 기다렸다는 듯 바로 두 눈에 가득 차올랐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우리의 소중한 털복숭이 공주님(고양이)을 끌어안았다.

"미안해, 미안해, 너에게 정말 미안해..."

오스트리아를 사랑하는, 오스트리아에 거주 중인 한국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