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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남편 그리고 고양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하편)

우리는 매일 간절히 기도한다. 너의 병이 완치되기를, 그리고 네가 살아온 나이만큼 우리가 함께 살아갈 수 있기를...

"인연을 맺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5월 말에 작성한 글 이후부터 지금까지, 나는 그저 정처 없이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현실의 삶을 놓아 버린 채로 무기력했던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은 더 철저하게 규칙적으로 행해졌고 가족 행사도 잘 치렀다. 마음은 복잡했지만, 몸은 어느 때보다 더 바쁘게 움직였다. 사실, 마음을 들여다보는 찰나의 순간마저도 회피하기 위해 체력을 혹사한 것이 맞을 것이다.

"왜 고양이를 키우자고 한 거야? 이런 시간이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

머리를 베개에 눕히면 바로 잠이 들 것 같은 피곤함 속에서도, "우리가 주말마다 봉사활동을 하는 동물보호소에서 고양이 임시 보호 부탁을 받았으니, 거절하지 말고 고양이를 집으로 데려오자."고 내게 말했던 남편에 대한 원망... 그리고 이런 결정은 신중히 해야 한다고 두 번이나 거절했지만, 결국 세 번째엔 '거절' 대신 남편의 말에 '동의'한 나에 대한 분노가 활화산이 되어 가슴 속을 태우고 또 태웠다.

"차라리 '사람 아이'였다면 너와 대화라도 할 수 있을 텐데, 네가 고양이라서 난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우리의 '소중한 털복숭이 고양이'가 평생 앓아야 하는 병을 진단받은 이후, 고양이와 남편과 나 사이의 의사소통에 대한 소망은 절망을 동반하는 간절함으로 우리의 마음을 짓누른다. 털복숭이 고양이가 아프기 전에도 남편과 나의 가장 1순위는 무조건 우리의 소중한 털복숭이였다. 정말 사람 아이 키우듯 정성을 다했다. 마지막 건강검진 후 일 년이 채 지나지도 않았는데, 10개월 사이에 중병에 걸린 고양이...

"그동안 왜 엄마, 아빠에게 말하지 않았니? 왜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밥도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고, 화장실도 잘 갔던 거니? 조금이라도 아프면, 고양이라서 '사람 말'을 못하면 단 한 번이라도, 아주 잠깐이라도 우리에게 아픈 티를 조금이라도 내주지 그랬니? 엄마가 매일 밤 너를 돌보고 관찰한 일기를 쓰는 거 너도 잘 알잖아? 노트를 펼칠 때마다, 항상 그 위에 누워 뒹굴뒹굴하며 글을 쓰려는 엄마를 방해했잖아. 달력엔 온통 너를 위한 스케줄로 가득한데, 왜 우린 네가 아프다는 것을 미리 눈치채지 못했을까? 미안해, 정말 미안해... 엄마, 아빠는 너무너무 가슴이 아프단다. 가슴이 미어져서 눈물을 멈출 수가 없어.

Our-cute-Long-Hair-Cat

며칠 전, (병을 진단받은 후 고양이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는 정기적인 혈액 검사) 두 번째 혈액 검사를 마친 후 수의사의 조언에 따라 영양 성분이 다른 사료와 습식을 새롭게 급여하게 되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난 늦은 오후부터 짧은 간격을 두고 고양이는 설사(아주 묽은 변)를 했다. 다행히도, 우리는 이미 주의 사항을 알고 있었고, 특정한 브랜드나 종류만 급여해야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문제 발생할 경우, 미리 준비해 둔 몇 개의 각각 다른 브랜드의 사료와 습식으로 바꿔가며 고양이의 기호와 배변 상태에 적합한 것을 선택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남편과 나는 크게 동요했다. 고양이가 화장실에 갈 때마다 따라가 상태를 살피고, 집에 있는 다양한 크기의 투명한 유리컵들을 추가로 꺼내 신선한 물을 담아, 일부러 고양이를 따라다니며 탈수가 되지 않도록 물을 먹였다. 고양이도 우리도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그 작은 몸으로 얼마나 힘들었을까?' 날이 밝아오자 고양이가 설사를 완전히 멈춘 듯 했다. 고양이가 먼저 침실로 들어가 침대 위에 누웠다. 그제서야 남편과 나는 안심할 수 있었다. 우리 두 사람도 고양이를 사이에 두고 침대에 누웠다.

고양이를 쓰다듬고 눈을 맞추며 짧은 대화가 오갔다. 100퍼센트는 아니었지만 한결 마음이 놓였다. 그와 동시에, 우리의 털복숭이가 아직 기운이 남아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크게 기지개를 켜고 '골골골'하는 소리를 내며 우리의 얼굴에 털로 복슬복슬한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었다. 간지러워 웃음이 났다. 나와 남편은 경쟁이라도 하듯 고양이의 이마에 뽀뽀를 반복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과 나 그리고 고양이는 평화롭게 잠이 들었다.

가장 최근의, 두 번째 혈액 검사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평생 복용해야 하는 약의 용량이 줄어 정말 다행이었다. 다만, (약의 부작용인) 신장의 수치가 정상에서 살짝 높아져 사료와 습식 급여에 변화가 생겼다. 하지만, 약의 용량이 줄어듦에 따라 향후 신장의 수치가 개선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하니, 다음 혈액 검사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길 간절히 기대한다.

"엄마, 아빠는 우리 털복숭이를 아주 많이 사랑한단다! 너를 위해 늘 최선을 다할게, 우리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자. 사랑해! 우리 예쁜 고양이!"

오스트리아를 사랑하는, 오스트리아에 거주 중인 한국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