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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밖에서 찾은 희망 Part 1

아니 이럴 수가! 창문 밖에 보이는 익숙한 어떤 풍경, 그동안 볼 수 없어서 얼마나 마음이 아팠고 그리웠던가! 나는 황급히 남편을 내 방으로 불렀다. 서둘러 내 방으로 온 남편에게 창밖을 보라고 말했다. 금세 남편의 얼굴은 미소로 가득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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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나는 정말 엉망이었다.

우리 부부가 키우고 있는 고양이가, 올해 정기 건강 검진에서 불치병을 진단받은 후, 나는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고양이를 살피느라 밤낮이 바뀌었고 집안일이나 가족과 관련된 일 제외하고 개인적인 일과는 제대로 하지 못했다. 24시간, 일주일, 한 달, 그리고 몇 달... 머리는 멍하고 가슴은 눈물로 가득 차 있었다. 공부도, 글도, 심지어 좋아하는 음악도 들을 마음이 사라졌다.

2020년이 시작하던 순간부터 2023년 초까지 전 세계를 혼돈으로 몰아넣었던 전염병으로 인한 팬더믹, 각종 제한에 익숙해졌던 몸과 마음의 무기력과 좌절을 훌훌 털어내자고, 과거는 잊고 새롭게 시작하자고 약속했던 나와 남편, 그리고 우리의 소중한 고양이었는데... 2024년 5월, 우리 셋은 다시 슬픔이라는 늪에 빠졌다. 아픈 고양이를 돌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에, 남편의 퇴근 후의 산책이나 주말의 여가를 위한 단 몇 시간의 외출도 할 수 없게 되었다.

2023년 중후반부터, 세계 곳곳의 치안이 급격히 나빠졌다.

정치도, 경제도, 전쟁과 테러, 그리고 종교 문제까지 절대 꺼지지 않을 산불처럼 이곳저곳에 빠르게 번져 기세를 더해 활활 타오르고 있다. 책을 펴고 책상에 앉아 집중해 공부하는 대신, '영어'와 '독일어' 실력을 키운다는 명목으로 일부러 찾아보는 뉴스나 신문 기사들 속에서 나는 숨조차도 제대로 쉴 수가 없다. 왜 모든 것이 2020년을 기점으로 손바닥 뒤집듯이 악화하고 있는 것일까? 점점 어두워지는 세상 속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 자신이 무가치하게 느껴진다. 혐오와 절망에 사로잡힌다.

'집이 가장 안전하다.', '집이 최고다.'는 동서고금의 진리를 위안 삼아 나는 어제도, 오늘도 종일 집에 머문다.

그리고 2020년부터 습관이 된 일과 중의 하나, 잠시 시간을 내어 창밖의 풍경과 사람들을 바라본다. 오늘, 해가 서서히 저물어 가 시간, 나는 막 설거지를 마치고 젖은 손을 닦던 참이었다. 그런데 매일 두세 번 빠짐없이 들려오던 '어떤 개'의 짖는 소리가 유난히 귀에 거슬렸다. 여느 도시의 주택가가 그렇듯, 평소 규칙적으로 산책하는 개와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창문 밖에서 개들이 짖는 소리가 들리면 그러려니 하고 창밖을 내다볼 정도의 관심을 둔 적은 없었다.

그런데, 그 중 '어떤 개'의 짖는 소리가 참 특이했다. 그래서 가끔 창가로 다가가 바깥을 살폈지만 대체 어떤 개가 짖는 것인지 볼 수 없었다.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유난히 카랑카랑하고, 마치 동굴에서 소리가 울리는 것처럼 목청이 좋은 개... 그동안 매우 궁금하던 차였다. 하필 오늘, 그 개의 짖는 소리가 한 곳에서 계속 들려왔다. '무슨 일이 있나? 혹시 다른 개랑 싸우려고 하는 건가?' '그렇다면 다른 개도 짖어야 하는데, 왜 그 개만 크게 짖고 있는 거지?'

서둘러 주방에서 나의 공부방으로 이동했다. 내 방의 한쪽 벽은 전체가 창문이다. 창문 앞에 캣타워를 설치해서 고양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우리 털복숭이도 나와 같은 마음일까? 귀를 쫑긋하게 세우고 캣타워의 가장 높은 곳에서 바깥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 서둘러 창밖으로 시선을 향했다. '어? 저 작은 강아지가 목청 높여 짖고 있는 거였어?' '그런데, 화가 나서 짖는 게 아니었네? 꼬리를 흔들고 깡충깡충 뛰는 거 보니 친구(다른 개)를 만나 반갑다고 인사하는 거구나!'

작은 강아지는 아주 행복한 표정으로 발랄하게 꼬리를 흔들며 세 명의 사람과 커다란 몸집을 가진 개와 함께 있었다. 나이가 지긋한 은발의 여성 두 분 그리고 마찬가지로 은발의 남성 한 분, 세 사람은 서로 반갑게 대화를 나누고 상대방의 개/강아지를 쓰다듬으면서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이었다. 커다란 몸집의 개는 세 사람에게 가려져 나에겐 꼬리 부분 말고는 잘 보이지 않았다. 곧 내 얼굴에도 미소가 찾아왔다.

그 순간, 창밖의 세 사람과 개/강아지 두 마리는 작별 인사를 하는 듯한 모습으로 천천히 방향을 바꾸었는데, 나는 다급한 목소리로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는 남편을 불렀다. "여보! 빨리 내 방으로 와! 보여줄 게 있어!" 나의 상기된 목소리에 놀란 남편은 한걸음에 내 방으로 왔다.
"저기 창문 밖을 봐봐! 그 노부부랑 개가 맞지?" 내가 남편에게 물었다.
"어? 맞아, 그분들이네! 개의 모습도 우리가 기억하는 게 맞아!" 남편이 들뜬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머나! 이게 무슨 일이야! 나 너무 행복해!"
내 눈에 눈물이 고였다. 행복한 눈물, 그래서 더 뭉클한 눈물 말이다.

(To Be Continued)

오스트리아를 사랑하는, 오스트리아에 거주 중인 한국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