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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밖에서 찾은 희망 Part 2

어떤 일이 있어도 나에게 주어진 삶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가자고 다짐했다.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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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그리고 나의 남편은 창밖의 노부부와 개를 보며 행복하고 동시에 뭉클했던 것일까?

우린 노부부와 개가 집으로 향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서로의 손을 마주 잡았다. 그리고 어떤 벅차오르는 희망이 생겼다고, 힘든 이 시기를 잘 이겨내자고 말했다.

노부부와 개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하단에 관련된 글을 링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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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늦가을이었다. 우리는 옆집에 살고 계시는 중년의 여성 이웃으로부터 어떤 소식을 들었다.

내가 유럽의 모든 나라와 도시에서 살아 본 적은 없기에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내가 사는 나라인 오스트리아 그리고 수도인 빈은 이웃끼리 마주치면 반가운 인사는 물론 스몰토크(Small Talk)를 나눈다. 또한 이사를 자주 하는 문화가 아닌 탓에 어떤 주거 단지나 아파트에 보금자리를 마련하면 대부분 그곳에서 오래 거주한다. 남편은 대학원 시절에 아버님이 마련해 주신 아파트로 이사를 했고 나와 결혼을 했다(자녀 계획이 없는 우리에게는 남편, 그리고 나 두 사람이 살기에 알맞은 이 집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그리고 이곳에 오래 거주하는 동안 이웃들도 그만큼 오래 거주했다. 옆집뿐만 아니라, 아래층, 위층의 이웃들을 거의 모두 알고 있고 만나면 짧은 듯 전혀 짧지 않는 대화를 나눈다.

"그분(은발의 노신사)이 얼마 전에 큰 수술을 받았어요. 한동안 마주칠 수 없을 거요."
노부부의 자동차는 우리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 남편의 주차 공간 옆 구역에 주차 되어있다. 이웃끼리 인사와 스몰토크가 기본인 이 나라에서는, 주차장에서 잠깐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과도 인사를 한다. 덕분에 옆집의 중년 여성과 우리 그리고 그 노부부는 서로 얼굴을 알고 있다. 특히 옆집 중년 여성은 그분들을 집으로 초대해 식사도 하고 외출도 함께 할 만큼 오랜 친분이 있다. 평소 아침, 점심, 저녁, 하루에 3번 한 번도 빠짐없이 개와 산책을 하시던 은발의 노신사가, 어느 순간부터 내 방 창문 밖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그 노신사 차의 운전석 창문이 활짝 열린 채로 며칠이 넘게 주차된 것을 그냥 보고 지나칠 수 없었다.

이 상황을 이상하게 여긴 우린 옆집 이웃을 마주치길 기다렸다. 다행히 이틀 후 그분과 엘리베이터를 함께 탔다. 남편은 그 노부부의 차가 창문이 열린 채로 며칠 동안 주차되어 있으니, 그분들께 전달해 달라는 말씀을 드렸다. 그 순간 이웃 중년 여성은 조금 어두워진 표정으로 그 노신사가 많이 아프시고 큰 수술을 받았다고 알려주었다. 같은 층에서 내린 우리 세 사람은 각자의 집 열쇠를 꺼내 들고 잠시 정적의 시간을 보냈다. 아무리 반갑게 인사하고 스몰토크를 나누는 이웃 사이지만, 유럽의 개인주의 문화상, 한국의 이웃사촌 같은 막역한 사이가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남편의 얼굴에서 무언가 더 묻고 싶은 기색을 봤다. 하지만 우린 이웃에게 편안한 저녁 시간 되시라는 인사를 하고 현관문을 열었다.

"어디가 아프신 걸까? 얼마나 큰 수술이었을까? 빨리 회복하셨으면 좋겠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 노부부 마주칠 때마다 더 반갑게 인사드릴 걸 그랬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자동차 창문이 열린 채로, 마치 버려진 것처럼 며칠 동안 주차 되어있던 모습에서 노신사의 병환 및 수술이 얼마나 심각했을지 가늠하게 했다. 갑자기 내 마음속에 모든 불빛이 사라진 것 같은 어둠을 느꼈다. 2020년 전염병으로 인한 팬더믹(락다운) 시작과 동시에, 어느 이른 아침 창문 밖에서 우연히 발견한, 길 건너편 노신사와 개의 정다운 산책의 모습은, 나에게 어떤 일이 있어도 규칙적인 생활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었고 삶의 의지를 불어넣어 준 정말 소중한 배움이었다. 그리고 어떤 주말은 나와 남편, 그리고 노부부가 같은 장소를, 같은 시간에 방문했던 우연도 있었기에 주차장에서 마주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점점 더 반가운 얼굴로 서로에게 인사하던 중이었다.

오랜 시간, 가슴이 많이 아팠다. 모든 상황을 알면서도 나는 괜히 더 창밖을 살폈다. 노신사의 수술로 인해 노부부 자녀의 집에서 지낼 개가 행복하고 편안하기를, 그리고 노신사의 빠른 쾌유와 노부부의 소중한 개가 다시 함께 산책을 하고 차를 타고 나들이를 할 수 있기를 기도했다. 그리고 나와 남편이 그분들을 다시 마주치는 날 더 반갑게 인사할 수 있기를 바랐다. 마음 한구석에 구멍이 난 채로,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 와중에 우리가 키우는 고양이가 아프기 시작했다. 나의 가슴은 무너졌다. 전기가 끊어져 전등이 나간, 어두워진 마음이라는 방에 어렵사리 촛불을 켜도 금세 불이 커지기 일쑤였다. 부정적인 생각이 나를 잠식했다. 어둠에서 절대 빠져나올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오늘!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창밖에서 본 어떤 풍경은 잠시 나의 현실 감각을 앗아갈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큰 소리로 남편을 불러 내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확인하고 나서야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는지 신께 감사했다. 노부부의 환한 미소와 개의 활기찬 모습... 특히 개는 동작이 훨씬 가볍고 빨라졌다. 얼마 만에 보는 노부부와 개의 행복한,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었던가!

그 순간, 창문을 활짝 열어 두 분께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싶은 강한 충동에 휩싸였다. 얼른 정신을 차리고 그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았다. 다음에, 아니 조만간 다시 노부부와 개를 마주치는 날, 그때 활짝 웃는 얼굴로 반갑게 인사드리자고 남편과 약속했다. 그리고 캣타워 꼭대기에서 우릴 보고 있는 소중한 털복숭이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힘내자! 그리고 아픈 거 얼른 낫자! 엄마, 아빠는 우리 귀염둥이를 너무너무 사랑해!"라고 말해 주었다.

오스트리아를 사랑하는, 오스트리아에 거주 중인 한국인.